본문 바로가기

존 보이스 관련 글

“그저 노스탤지어에 호소하려는 게 아닙니다”: 존 보이스가 스포츠 다큐의 기예에 대하여

<필름메이커 매거진 (Filmmaker Magazine)>, 라이언 스웬(Ryan Swen)

지난 팔 년 동안, 존 보이스는 인터넷에서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들의 주된 선구자가 되었다. 스포츠 블로그 네트워크인 SB네이션의 유튜브 채널 <시크릿 베이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그는 세 개의 시리즈([꽤나 좋은], [차트 파티], 그리고 이제는 알렉스 루빈스틴과 협업하는 [도크타운])를 작업했다. 이 기간을 걸치는 동안 그는 미국풍속사의 가장 중대한 대들보에 대한 초상을 갈수록 야심차고 능숙하게 다뤄보려는 출발 기점으로써 관습적이지 않고 덜 알려진 스포츠 이야기를 종종 사용해왔다. 경기의 흥망이나 통계의 세부사항과 더불어 스포츠 팀들과 그를 둘러싼 도시들 속 여러 인간적인 드라마에도 동일하게 집중하며, 보이스와 루빈스틴은 그들이 제조하는 서사에 강력하게 투자하며, 다른 식으로라면 경력이나 시즌의 임의적인 본질로만 맞닥트리게 될 것들에서 연속성과 긴장감을 찾아낸다.

서사적 구축에 대한 이런 관심과 함께 짝지어지는 것은 감독으로서 보이스의 유창함이다. 그는 보이스오버와 뮤작, 스톡 푸티지와 구글 맵스에 이미지와 차트를 위치시킨 후 그 주변을 가상적으로 날아다녀 생성되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통해 분명한 미감을 제작한다. 이 추상적 공간들은 익숙하면서도 놀라운 장소가 되는데, 특정한 순간의 감정적 방향성은 다른 상황이라면 흔해 빠졌겠지만 보이스와 루빈스틴이 사전에 설정해둔 맥락 덕에 그 의미가 분명해진 시각요소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종종 결정되곤 한다.

보이스와 루빈스틴의 작업이 [도크타운]의 주요한 첫 시리즈인 [시애틀 매리너스의 역사 (2020)]에서부터 당연하게 찬미되었다면, 2022년 중순에서야 그들은 이 프로젝트들을 영화로 지칭했으며, 두 작품이 그 제작공예의 두 극단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첫째는 [1구역]으로 1976년 12월 19일이라는 특정 일자의 사건들을 다루는 42분짜리의 재빠른 작품인데, 볼티모어 콜츠-피츠버그 스틸러스 간의 기울어진 경기 동안 미친 팬인 도널드 크로너(경기장에 날아들려는 시도가 좌석에 비행기를 충돌시키면서 끝났다)에 의한 중대한 사상이 회피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상황의 긴박함과 함께 양 팀의 영웅적 행위와 스포츠적인 용감무쌍함을 강조한다. 반면에 세스 로젠탈과 코피 예보아와 함께 공동 각본으로 나레이션을 맡은 [당신이 돈까지 내가며 반바지를 입힌 사람들]은 유일무이한 마이클 조던(Michael Jordon)이 소유함에도 불구하고 NBA 역사상 최악의 팀이 된 2011-12 샬롯 밥캣츠의 연대기를 2시간 반 동안 뻗어내는 서사시다. 여기서 이 영화는 여태 보이스가 만든 것 중 여지없이 가장 웃기며 부조리한 영상으로 밝혀진다. 두 작품은 현재 활동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편에 속하는 이의 독특하고 독보적인 기술력과 더불어, 그 기쁨과 정념을 상세하게 포착해낸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이 두 영화에 대해 이메일로 인터뷰하는 굉장한 기회를 누릴 수가 있었다. 

필름메이커: 당신의 영상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대규모의 [도크타운] 시리즈는 최소한 2019년부터 보이스 씨의 가장 인정받은 프로젝트들을 몇 생산했고, 주기적으로 (또 올바르게) 완연한 영화적 작업이라고도 인용되어왔습니다. 당신과 [도크타운] 팀이 [1구역]과 이제는 [당신이 돈까지 내가며 반바지를 입힌 사람들]을 마침내 영화라고 부르기 시작하도록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보이스: 사람들이 이걸 영화로 생각해준다니 정말로 영광입니다만, 그와 동시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해해요. [도크타운] 작업들은 사실상 모든 영화들에서 많이 공통되는 게 부족한데, 그것들 중에 가장 웃긴 건 저나 알렉스나 카메라를 집어 들지조차 않았다는 거겠죠. 저희는 전문적인 영화 카메라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걸요. 애초에 영화가 대체 무엇인지에 관한 꽤나 근본적인 성분이 그거 같은데요. 그러니, 이것들을 만들면서는 무언가 조용하게 영화로서 접근하기는 했다만, 이게 애초부터 영화였다고 선언하는 건 그냥 우습게만 느껴지네요. ‘다큐멘터리’가 좀 덜 어이없고 더 정확하게 보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것들을 영화로 묘사하기 시작했고, <레터박스드> 같은 사이트들에서도 영화라고 등록됐으니, 머지않아 여론에 의하니 넵! 이것들은 영화입니다! 처럼 보였던 거죠. 제 생각에는 시청자 분들이 최고의 판단을 해줄 거 같고, 저에게는 그거대로 충분한 거 같군요.

누구도 저에게 화내지 않으면서 이것들을 ‘영화’라 부를 수 있다는 걸 깨닫자마자, 제가 그 쪽을 골라버렸다는 걸 믿으셔야 할 거예요. 재밌잖아요, 그러면서도 저희가 원하는 일을 위해 무언가 차려입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죠. 몇 다큐멘터리들의 극장 상영을 열기도 했는데, 그런 걸 좀 더 해볼 수 있다면 저도 정말 좋을 거예요. 언젠간 저희도 대놓고 스트리밍 플랫폼인 곳에서 뭔가를 제작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뭐가 일어나건 일어나지 않건 간에, 제게 이것들이 영화로 간주되냐 마냐는 저희가 만들기를 즐기고 또 사람들이 시청하기를 즐기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기회보다 훨씬 덜 중요합니다. 그 어떤 명망도 거기엔 견줄 수가 없을 거예요.

필름메이커: [1구역]과 [반바지]에서는, 영화 속 주된 시각 이미지의 구성요소인 특색 없는 구글 맵스 배경과 아카이브 푸티지들을 극적이게 깨버리는 두 지점들이 있습니다: 크로너의 비행기 시점 샷을 재창조한 것과 오프닝 크레딧이 뜨는 동안에 실제로 샬롯에서 촬영한 듯한 푸티지로 보이는 걸 포함시킨 것인데요. 이러한 포함을 어떻게 개념화하게 되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보이스: [반바지]의 오프닝 크레딧에서 사용된 샬롯 시의 푸티지는 동네 주변을 찍은 라이센스 스톡 푸티지 몇 개를 가지고 만들어낸 겁니다. <신시내티의 WKRP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방영된 미국의 시트콤 - 옮긴이]> 같은 옛날 TV쇼들에게서 뭔가 영감을 따왔어요. 이 이야기를 그 타임라인에서부터 미학적으로 추출해보려는 게 재밌게 보였거든요, 이건 제가 거의 70년대의 카탈로그 음악만을 전적으로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크로너 시점 샷은 사실 저 아이디어의 반대겠네요, 생각을 해보니까요. [1구역]의 사건들은 저와 알렉스나 시청하는 사람들이 태어나기보다 훨씬 이전인 1976년에 벌어집니다. 일차적인 자료의 측면에서 저희가 정말로 갖고 있는 건 흐릿한 4:3 화면비의 테이프 녹화본과 좌석의 비행기 잔해를 알갱이가 거칠 정도로 구리게 복사한 사진뿐이지요. 저 시각자료들을 구글 어스 컴퓨터 그래픽의 현대적인 외관과 짝지어보자는 아이디어는 1976년의 드라마에서 닻을 올려보고 그 순간에 저희를 놓아보는 걸 도와줬습니다- 최소한은 그랬다면 좋겠다는 거지요.

촬영부터 시작해 경기의 사건에 따라 현실에서 좌표를 찍어보는 그 시퀀스의 모든 것들이, 알렉스와 제가 해본 시도들 중에서 가장 복잡한 게 되어버렸습니다. 저희끼리 여전히 웃어대나 보려고 이걸 자주 언급할 지경이라니까요. 처음에, 저는 찾을 수 있었던 청사진을 바탕 삼아 그 이래로 발파된 메모리얼 스타디움의 현실감 있는 3D 모델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려 했어요- 꽤나 간단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규모는 정확했으며 든든한 파란색이 몇 마일 바깥에서도 보일 수 있게 해주더라고요. 그게 일을 완수해줬지요. 

그 다음에는, 신문기사 이야기에 보고되었던 세부사항을 통해서 크로너의 비행에 대한 시간선을 구축해야만 했습니다, 문제의 비행장들 간 거리를 측정하고 크로너의 파이퍼체로키 비행기가 띨 추정 속도를 예상해야만 했죠. 구글 어스에는 오랫동안 기본적인 모의비행 기능이 이스터 에그로 포함되어 있는데, 요 몇 년 동안 갖고 놀아보기는 했지만 이걸 써볼만한 이유를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저희가 이 이야기를 다뤄보겠다고 결정을 하니까, 이걸 써먹어볼 수 있을 유일한 기회가 아마 이번일지도 모르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보아하니 키보드를 가지고 모의비행을 해보는 게 정말로 어렵더라고요- 비행 전체를 충분히 괜찮게 재연할 수 있는 기분이 들 때까지 아마 서너 시간 정도를 연습해야 했을 겁니다. 군데군데 조종이 좀 험하기도 하고요, 특히나 충돌 지점 직전에 무언가 위아래로 흔들릴 때도 더 그렇고요, 하지만 저는 그만큼도 괜찮았습니다. 그냥 저에게 크로너도 최고의 조종사는 아니었다고 말해줬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래도, 알렉스 쪽의 것들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이게 실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알렉스는 콜츠와 스틸러스 각각의 플레이별 시간지표를 분 단위로까지 할 수 있는 한 정확하게 계산했습니다. 이건 우스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예요, 특히나 참조 지점이 광고를 편집하고 경기의 몇 덩어리가 부족한 45년 된 녹화본이라면 말이죠. 경기가 지역 시간으로 오후 4시 59분에 종료됐다는 걸 신문 보도를 통해서 알고 있으니까, 알렉스는 그냥 역산을 하며 작업했던 겁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광고와 하프타임과 다른 부족한 푸티지 동안에 지나갔을 지를 예상하는 거죠. 알렉스의 조사가 무대 뒤에서 이렇게나 많이 일어나서 그런지, 알렉스가 얼마나 무서울 정도로 조사를 잘하는지를 사람들이 온전히 알아차리지 못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모든 스포츠 미디어 세계를 통틀어서 최고일 거라고 자부해요, 농담이 아니라니까요. 시간 날 때에 알렉스의 스프레드시트를 확인하면서 그가 어떻게 여기서 1분, 저기서 1분씩 계속 적용하면서 시간 지표들을 조정하는지를 보았거든요. 가능한 모든 충돌을 만족시키고 할 수 있는 만큼 정확하게 해내기 위해서 말이에요. 제 생각에는 국회에서 이 경기에 대한 조사회를 꾸리더라도 알렉스만큼이나 정확하게 알아맞히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필름메이커: 영상 주제의 시간대에서부터 영화를 빼내고자 골랐던 미학적인 선택지 얘기를 해주신 거에 호기심이 굉장히 동하네요. 당연히, [밥 위기 사태]나 [~의 역사] 두 편과 같은 확장적인 시리즈들에는 뿌리박고 있을 만한 연도가 없긴 하지만, 훨씬 더 집중된 기간을 다루는 프로젝트들에서는, 무엇이 1976(혹은 2011)년과 지금 사이의 구역에서 드라마를 찾아내게 하나요?

보이스: 기대를 뒤엎는 것도 굉장히 재밌잖아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저희가 익숙히 보아왔던 스포츠 다큐멘터리에서부터 벗어나는 창의적인 임무를 맡을 때에 사람들이 즐겨주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건, 이것이 그저 노스탤지어에 호소하려는 게 아니라고 신호하는 저희만의 방법이기도 해요.

만약에 [1구역]과 같은 게 노스탤지어적인 이유로 누군가와 공명한다면, 그건 멋지겠지요- 1970년대에 저 콜츠와 스틸러즈 팀을 보았고 테리 브래드쇼(Terry Bradshaw)나 버트 존스(Bert Jones)와 같은 양반들에게 재방문할 기회를 즐겼던 분들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엄청나게 보람찼고요. 하지만 가장 처음부터, 저희는 역사의 그러한 장을 한 번도 따라잡아보지 못했던 이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언제나 우리 프로젝트를 설계했어요. 아니면 풋볼을 보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스포츠를 정말로 시청하지는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이해할만하게도, “맞아요, 이 이야기는 당신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라고 누군가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할 일들이 굉장히 많죠.

그 건을 지어나간다는 것은 훨씬 더 명백한 것들을 다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이건 그러니까 NFL 플레이오프나 NBA 드래프트 추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잠깐 동안 설명하는 거기도 하지만, 또한 저희가 프로젝트들에서 점수를 어떻게 매기는지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더욱 미묘한 일들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저희의 다른 쇼들인 [앙숙의 역사 (Beef History)][프리즘 (Prism)]은 여러 신스웨이브 트랙들을 사용하는 편인데, 그건 제게 “이것은 스포츠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멋진 이야기입니다”하는 식으로 다가와요. 그런 것들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필름메이커: 그런 음악 선곡에 대해서도 말해주실 수 있나요? 초창기에 당신의 영상들은 사용료 없는 재즈 음악을 되풀이해서 사용하는 걸로 정의 내려졌지만, 이 [도크타운] 영상들에서는 훨씬 다양한 종류의 음악들 쪽으로 골라보며 “러브 데 룩스 (Love De Luxe)”, “플라잉 드래곤 (Flying Dragon)”이나 “스타일 시티 (Style City)”와 같이 익숙한 곡들에 훨씬 덜 얽매여 있게 되었잖아요.

보이스: [꽤나 좋은] 시리즈로 영상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에는, 먼저 할 일은 그저 이야기를 선택하고 들려주는 걸 잘하자는 거였고,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사람들이 익숙한 것에서부터 현저하게 다른 무언가로 이걸 책정해보자고 결정 내렸습니다. 무언가가 그저 그 자체로 기이하거나 다르다는 게 충분치는 않겠지만, 일종의 떡밥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바랐어요- 초라한 이지리스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포츠 영상을 보았다면, 대관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눌러 앉아볼 만큼의 호기심 정도는 찔러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제 생각엔 음악 선곡의 쓸모란 게 그런 거였지만, 진짜 이유는 제가 그냥 저딴 걸 좋아했기 때문이겠죠. 특히나 저는 부드럽고, 과도하게 프로듀싱된 색소폰 소리들에 애정이 있습니다, 스틸리 댄(Steely Dan)이나 더블(Double)의 “그녀 마음의 선장 (The Captain of Her Heart)” 같은 옛날 것들부터 아마도 제 최애곡일 디스트로이어(Destroyer)의 “카풋 (Kaputt)” 같은 요즘 것들까지 말예요, APM 라이브러리에 라이센스를 등록할 여유가 저희 회사에 있어서, 처음에 이걸 찔러보고 다닐 때에는 그저 여기에 얼마나 뭐가 많은지에 정신이 나가버렸어요. 기본적으로 몇 년 동안 디깅질이나 하면서 보냈던 겁니다. 솔직히 제 작업에서 가장 재미난 부분들 중 하나일 거예요. 저는 즉시 키스 맨스필드(Keith Mansfield)의 팬이 되었는데요, 이지 리스닝 시기에는 “스타일 시티” 같은 걸 했었고, 전설적인 디터 라이스(Dieter Reith)는 “플라잉 드래곤”처럼 기이한 일렉트로니카 같은 걸 했죠.

출루율 차트에 “섹스 맨 1979”나 뭐 그렇게 불리는 스무스 재즈 트랙을 깔아보자는 아이디어는 제게 우스꽝스러웠고, 여전히 때마다 그러긴 하지만 이제는 변속을 좀 해보려 노력 중이에요. 심지어 지금도, 완전히 잊힌 것만 같이 느껴지는 놀라운 것들을 라이브러리에서 발견하곤 한다니까요. 이탈리아에서 1970년대에 발매된 알베르토 발단 벰보(Alberto Baldan Bembo)의 이 완전 근사한 음반을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그 어떠한 인간 존재도 이걸 몇 십 년 동안은 들어본 적이 없을 거라는 기분이 들었지만, 환상적이더라고요. 그 당시에, 알렉스와 저는 데이브 스티브 프로젝트를 막 시작했던 참이었어요. 저희는 정말로 그냥 필기들이나 모으고 있었고, 대본이나 윤곽에 가까운 것마저 아직 없었지요. 그렇지만 그 시점에서도, 저는 “오블로 (Oblo')”를 오프닝 음악으로 삼아야겠다는 데에 100%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반바지]에서도 꽤나 정확히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거예요- 롤랜드 코박(Roland Kovac)의 음반 [헬레나 (Helena)]를 대뜸 찾아내게 됐고 듣는 즉시 긍정적이게 느껴져서 이 프로젝트의 사운드를 결정하게 될 터였지요. 가끔씩은 트랙이 얼마나 좋길래 이게 정말로 무대 중앙을 가로채가기도 해서, 저희가 그 둘레로 글을 쓸 지경까지가 된다니까요. 제가 알렉스한테 “여기에 50단어나 그 정도 더해줄 수 있어? 이 노래는 계속 틀어야 하거든.”이라고 물어본 적이 몇 번씩은 있었죠.

필름메이커: 당신과 알렉스 (그리고 [반바지]에서는, 세스와 코피)는 각본과 이미지 제작/편집 사이의 제작일정을, 특히나 구조와 관련되어서는 어떻게 작업하시나요?

보이스: 보통은, 알렉스와 제가 착수를 해서 실제 전임으로 제작을 시작하기 몇 달 전에 비공식적으로 프로젝트를 결정합니다. 그 기간 동안에, 저희는 빈 시간을 얼마든 활용해서 조사를 하고, 필기를 하고, 몇 개의 차트를 만들어보고 무언가 대본 윤곽이라고 할 만한 걸 (대부분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통째로 바꿔버리게 되지만) 짜맞춰보아요. 저희가 이 이야기를 스트레스-테스트해보며 이게 강한 흥미를 불러오면서 재미도 많이 볼 수 있게 해줄만한 지를 확언하도록 해주죠. 그렇게 한 다음에, <시크릿 베이스>의 편집장인 라이언 내니와 총괄 제작자인 윌 부이키마와 모임을 가져요. 그리고 저희가 갖고 있는 게 다 마음에 든다면, 이걸 갖고 진행을 시작합니다.

이 단계의 중대한 부분은 저희가 “대장 차트 (boss chart)”라고 부르는 것의 간략한 아이디어를 스케치해보는 거예요. 이거는 기본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 역할을 해서 다른 모든 차트와 사진과 신문기사 조각 등을 걸 수 있게 해주는 크고 정교한 차트(나 템플릿)입니다. [팰컨스]에서는 프랜차이즈의 승패차를 보여주는 거대한 송골매였죠, 스티브에게는 야구 카드였으며 [1구역]에서는 풋볼 경기장과 플레이별 타임라인이었어요. [도크타운] 영상의 아마 98퍼센트 정도가 그 CGI 세계에서 거주하니까, 저희 서사 목적에 써먹힐 수 있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걸 다 늘어놓고 배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요. 종종 가면, 각본 작성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차트를 만들어놓을 때도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보일 거고 저 단어들이 어디서 살고 있을지를 알고 있으면 자신있게 각본을 쓰는 게 굉장히 쉬워지죠.

전임으로 작업을 시작한 다음엔, 알렉스와 제가 암기를 어찌나 많이 했는지 이 시점에선 주어진 프로젝트가 저희에게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꽤나 확실한 개념을 갖게 됩니다. 이건 병렬적으로 함께 일어나게 되어요. 몇 개의 각본 구간들을 쓴 다음에, 차트를 디자인하고 그 구간에 맞춰 항목들을 배열하고, 이제 각본 조각들로 넘어가는 거지요. 작업하는 순서가 꽤나 이상하긴 하지만, 대사를 쓰면서 몇 개의 카메라 각도나 팬이나 줌 등을 시험할 수가 있다는 것도 정말 좋아요. 예를 들어서, 나레이션 한 덩어리가 화면상에서는 너무 길게 늘어진다는 걸 깨달으면, 그 각본 조각을 압축하거나 쳐내거나 아님 들여다볼 것들을 더하거나를 바로 그때 거기에서 알아차릴 수가 있다는 거죠. 그것도 아닐 경우엔 이 싸구려 묘기를 여러 번 써먹기도 했는데, 그냥 카메라를 느리게 움직이면 되는 거예요. 각본이 마무리되고 모든 항목들이 지어지면 항상 가장 어려운 부분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에 오는 촬영과 편집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최소한 가장 힘겨운 일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필름메이커: 저 카메라 움직임들 배후의 기본적인 의도에 대해서도 말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시 하나를 묘사해보자면, [반바지] 초반의 드와이트 하워드(Dwight Howard)/크리스 폴(Chris Paul) 드래프트 차트에서, 대부분을 푸쉬-인과 푸쉬-아웃으로 찍으셨잖아요, 하워드의 차트 속 신문기사 직전에 쓴 ‘크레인’-다운과 업을 제외하자면요. 이 부분의 끝으로 가면, 두 번째 차트에서 폴과 펠턴(Raymond Felton) 양쪽을 비스듬한 각도로 함께 포착해서 움직이고, 이게 계속해서 하워드 차트 쪽으로 움직인 다음에, 승패 차트를 위해 줌아웃을 하는 것에 따라 다시 전방을 향한 제 각도로 돌려지잖아요. 엄청나게 부정확한 용어들을 통해서 말했지만, 여기에는 자신에게 관심 가져달라 요하지는 않아도 언제나 역동적으로 남아있는 우아함이라는 게 있는 거 같아요. 당신의 영화에서 이걸 어떻게 실행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보이스: 저희의 시각적 서식이 가진 큰 이점이란 지난 요소들을 멋진 방식으로 다시 언급할 수 있다는 거지요. 동시에, 저희는 다르긴 하지만 동일하게 보이는 것들을 시청자들에게 많이 던져보는 경향도 있어요, 그러니까 최대한의 혼동은 피하고 싶긴 하죠. 시청자가 이미 보았던 사진이나 이야기 조각을 다시 언급해야 할 때, 저는 카메라를 동등한 각도로 위치시켜보려 합니다. 바라건대, 이게 직접적으로 본다기보다는 빗겨서 돌아본다는 아이디어를 불러와주면 좋겠어요. 시청자에게 “그래, 이건 이미 보셨겠죠”하면서 신호해보려는 저만의 방법인 겁니다. 더불어서 이렇게 해보는 게 말만 된다면 세계의 삼차원적인 본질에 기대보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저희가 그저 거대한 슬라이드 쇼를 보고 있지 않는다는 기분을 성립시켜보고 싶어서입니다- 가상세계를 날아다니고 있는 거잖아요, 이게 얼마나 기본적이던 간에 말이죠.

저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 제가 배웠던 교훈은 꽤나 확실해요: 각도가 더 날카로울수록, ‘멋있게 보이는 것’에 정보를 더 희생하게 된다는 거요. 기본적으로는 직접적인 등가교환인 셈이죠. [반바지]의 막바지 즈음에 나오는 샷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최후의 드래프트 추첨 샷이 공개되기 직전에, 카메라가 막대차트 중에서 밥캣츠의 막대 뒤로 바짝 날아 붙거든요, 그 배경에는 밥캣츠의 시즌 일정이 있고요. 이 샷에서부터 실제로 이끌어내 볼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무의미하겠지요. 그렇지만 이러한 샷은 제게 멋지게 느껴지고, 차트를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방법으로도 볼 수 있을 가장 근본적이게 명확한 것들을 소화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두자면 굉장히 촌스러울 거 같은데 뭐, 안 그럴 이유가 있나요: 차트를 곧장 바라보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가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 모든 것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이게 어떻게 느껴지는지가 보인다는 얘깁니다.

필름메이커: 느낌에 대해서 말 나온 김에, 당신과 알렉스의 초창기 제작 과정에서 어조의 요소들은 얼마나 들어가는 편인가요? [1구역]의 착실한 긴장감이든 [반바지]의 (조던을 최후에 인정해주는 진실하게 감동스러운 부분까지를 포함한) 웃긴 돌림노래들이든, 이 영화들은 실제 주제보다는 이들 제재에 보이스 씨가 접근하는 방식으로 거의 정의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지속적으로 [마이클 조던을 - 옮긴이] ‘마이크’라고 불러보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것도 끝에 가서는 불가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것과 더불어 전반적인 직접 호명을 어떻게 떠올리시게 된 건지도 정말로 알고 싶습니다.

보이스: [반바지]가 이를 위한 굉장한 사례연구일 거 같네요, 왜냐면 이걸 갖고 재미 좀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저희끼리도 알고 있었거든요. 최근에 근본적으론 스포츠의 번민으로 가득한 스티브의 달콤씁쓸한 이야기에 대한 작업도, 생과 사가 걸려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훨씬 더 진지한 어조를 택해야했던 [1구역]의 작업도 끝냈잖아요. 매리너스와 팰컨스에게도 우스운 것들이 충분했지만, 정말로 장편 코미디를 시도해본 적은 없더라고요. 그게 원래 제 뒷마당과도 같았는데 말이죠- 영상을 만들기 전에 저는 대부분 얼빠진 것들에 대해 썼거든요. [반바지]를 딱 시작했을 때에, 저는 다시 그리로 돌아가 볼 기회를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알렉스와 제가 세스와 코피까지 데려왔으니까요. 저희 넷 모두 밥캣츠를 보고 웃어대는데 말 그대로 몇 년을 보내왔으니까요, 그러니 분명하게도 코미디가 될 수밖엔 없었겠죠.

가장 일찍부터, 저는 여태까지 해본 적이 없던 거를 시도해보며 이 이야기에서 보게 될 판본의 MJ를 위한 기본적인 무드보드를 제작해보았습니다. 


잭 아널드(Jack Arnold, 주로 1950년대의 SF 영화/텔레비전 제작자로 활동한 미국의 배우 - 옮긴이)의 궁여지책식 지혜에 순수한 피곤함과, 길(Gil, <심슨가족>의 등장인물로 다양한 직업을 성공적이지 않게 전전한다 - 옮긴이)의 지나친 간섭과 무능함, ‘계란 면과 케첩’ 시기에 굳게 박혀버린 헨리 힐(Henry Hill, <좋은 친구들>의 등장인물로 ‘계란 면과 케첩’은 갱스터 일이 망해버린 후의 결말부를 비유하는 구절이다 - 옮긴이), 그리고 모든 가용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세계를 꿈꿔보는 걸 여전히 멈출 수 없는 이상주의자인 <애리조나 유괴사건> 끝부분 즈음의 하이 맥도나(H.I. McDunnough)까지요.

마이클 조던에게 제가 사용해보고 싶은 코미디 장치를 알아내보려는 시도는 몇 번씩 실패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NBA 경력 자체를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간단하게 ‘지역사업가이자 열성농구광’으로 잡아보려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꽤나 재빠르게 버렸네요. 너무 평이하게 느껴졌고 다큐멘터리 전체 동안 유지하고 있으려니까 진절머리가 나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2011-12 시즌 동안에 마이클 조던의 일기를 상상해보며 이걸 읽어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법무 팀과 함께 돌려보니까 제가 정말로 이걸 잘 꿰어내는 게 아니라면 부정이용/명예훼손 혐의으로 걸릴 위험에 처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것도 뭐 상관은 없었는데, 잠깐 동안 써보려고 한 다음엔 아무튼 간에 아이디어를 던져버렸거든요. 제가 제기해보고 싶은 비평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만약에 조던이 이걸 볼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걸 쓴다면 논외의 여지가 없어질 테니까요.

마침내 저는 마이클 조던의 짜증나는 아첨꾼이라는 모호한 역할에 저 스스로를 던져 넣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레이터가 대상에게 사실상 그 어떤 접근권도 없는 주제에 직접적으로 호명해대는 다큐멘터리를 단 한 편도 떠올릴 수가 없더라고요. 이건 되게 “손대고 있지를 않으니까 화낼 수도 없겠네” 식으로 틀잡아보는 장치였고 저는 이게 웃기면서도,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라스트 댄스 (The Last Dance)>를 굉장히 재밌게 봤거든요. 유명인사와 영상자료에 이렇게나 범상치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나 저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경우에는 거의 전자인 셈이었죠. 흥미진진하고, 웃겼으며, 예술적으로 짜였던 데다가 스스로를 농구 팬으로 간주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가득히 즐거웠습니다. 제작진들이 했던 것보다 더 나은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게 어렵네요. 그와 동시에 단지 조던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게 말해지지 않은 채 넘어간다는 뜻도 되겠지요, 그래도 조던의 쩨쩨함이 스며 나오도록 하는 데에도 굉장한 작업을 해냈지만요.

<시크릿 베이스>에게 직접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축복이거나 저주’와 같은 일이긴 하겠지만, 저희가 득볼 수 있도록 돌아간다고 정말로 생각해요. 주제 대상의 심기를 건드릴만할 걸 무엇이든 말하거나 보여주는 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요. 그 덕에 제가 마이클 조던을 반인반신도 아니고, 주어진 어느 때에나 제작을 중단할 수 있는 양반도 아니고, 그냥 다른 저희 모두처럼 야망과 실패와 실망이 있는 양반으로 취급할 수 있게 해준 거죠. 어떤 이들은 [반바지]를 그의 콧대를 꺾어버리려는 저희의 시도로 해석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그 장본인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느낄지를 탐구하는 데에 어떠한 존엄함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그를 ‘마이크’라 불러보기로 결정한 건 제가 어린애였을 때에 진행했던 ‘마이크처럼 되자’ 캠페인으로 저와 몇 백만은 되는 다른 이들에게 마이크 자신을 소개했기 때문이었어요. 그의 주요한 사진을 찾아냈을 때에 일들이 다 한 자리에 모여들었죠. 게티 이미지 아카이브를 찾아다니다가 2011년에 찍힌 이 사진을 찾았는데 농구 코트 건너편에서 카메라를 곧장 바라보는 순간을 찍은 거더라고요. 해당 순간의 맥락에 따라서 이렇게나 풍부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망했거나, 피로하거나, 당혹스럽거나, 짜증 나거나요. 이건 그러니까... 어린애였던 시절을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부모님이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신 거죠, 그리고 여러분이 즉시 그 분들께 달려가서 잡지에서 하나 보았다며 페라리 자동차를 사야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 분들이 지을 표정이 정확히 이렇다는 거예요. 조던에게 48살의 나이로 역-은퇴하라고 로비질을 해댔을 때에 제가 보았던 얼굴도 바로 그거였고요. 이건 마치 마이크가 조용하게, “그냥 닥쳐라. 제발, 신께 바라건대, 그냥 그만 좀 떠들어. 날 좀 내버려두라고”하며 말하는 거 같더라고요. 여기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웃기다고 생각했던 다른 요소는 정확히 왜, 조던이 저를 주변에 얼쩡거리게 놔두고 이 멍청한 질문과 관찰을 퍼붓게 내버려두는지의 문제였어요. 각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똘마니를 절대로 설명되지 않았기에 짐작밖에 할 수 없는 이유들로 어슬렁거리게 놔둬버려서, 그들과 헤어날 수 없이 엮여버린 유형의 캐릭터를 제가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필름메이커: 그 무드보드는 아마도 명백하겠지만 좀 짜증나는 질문을 꺼내게 하는군요: 당신의 영화에 영감을 제공해준 특정한 다큐멘터리나 내러티브 작업들이 있는가요? 보이스 씨가 예를 들어서, [17776]과의 관련으로 <캘빈과 홉스 (Calvin and Hobbes)>를 언급하신 건 알고 있긴 한데, [1구역]에서 <검은 일요일 (Black Sunday)>과 같은 다른 매체를 이따금씩 호출하는 걸 보니 다른 예시가 있는지가 궁금해지더라고요.

보이스: 이게 좀 이상하겠지만, 전 다른 다큐멘터리나 영화보다도 비디오 게임에서 창의적인 영감을 더욱 많이 받았어요. 제 일평생 동안 턴제 전략 게임들을 해왔거든요, 제가 여덟 살 때 가족 컴퓨터에 <워로드 (Warlords)>를 설치했을 때부터 말이지요. 여전히 <문명 (Civilization)> 시리즈를 오며가면서 상당히 많이 플레이하기도 하고요. 그러한 게임들의 하향식 맵들을 정말로 좋아하는데 여러분이 제작한 이 광대하게 뻗어나가는 서사시를, 최소 단위에서 최대 단위까지 관망할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전적이게 여가시간으로 말이죠. 만일 다른 누군가가 옆에 앉아서 화면을 쳐다보았다면, 도시들이나 창병이나 그딴 게 임의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만 보이겠지만, 당신에게는 말이 되는 거잖아요. 이게 그렇게 되어가는 걸 지금껏 보아온 셈입니다. 저 멀리 뒤까지 줌을 빼서 저희끼리 만든 난장판을 보게 할 때의 시청자 분들도 유사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생각하곤 해요.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생각해보면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통틀어서 영감을 받았던 것도 같네요. 첫 번째 <데이어스 엑스 (Deus Ex)> 게임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곧장 발견했는데요, 그게 큰 놈이었죠. 이건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의 1인칭 슈터일 텐데, 게임을 완료하는 거 이외에 어떠한 목표도 없이 가장 효율적이며 직관적인 방식으로 깬다면야, 아마도 그렇게 느껴질 수가 있겠네요. 하지만 이 게임은 책장에서 꺼내 지문을 읽어볼 수 있을 책들로도 엄청나게 꽉 차 있다고요. 다른 식이라면 게임에서 절대로 마주칠 일 없겠지만, 이야기의 주변부를 채우는 걸 도와주는 사람들 간의 이메일 대화나 논쟁들도 있고요. 숨겨진 캐릭터들과 크고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비밀 구역들도 있습니다. 제작진이 그 게임에 순전히 풍부하게 흩어놓았던, 3순위지만 굉장하게 흥미로운 요소들이 저를 그저 놀라게 해버렸어요. 저희의 방황하는 CGI 서식 또한 쇼를 멈춘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구간들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해주고요- 그냥 일에서 이 분 정도 엿본 다음에, 다음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도 꽤나 영감을 주었네요. 아마 여태 만들어진 것 중에 가장 완벽한 비디오 게임에 근접하지 않았을까요. 위대한 오픈월드 게임들이란 한 무더기는 있었지만, 제가 정복한다거나 ‘깬다’거나보다도 탐험하고 싶었던 게 바로 이거였어요. 링크의 체력을 올려보려고 제가 애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데 이건 보스를 때려눕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라가서 그 위에 뭐가 있는지를 보고파지는 거대한 산을 타오르기 위해서였지요. 제 프로젝트가 그러한 감각을 시각적인 의미에서 포착해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른 것들보다도 서사에 영감을 주니까요, 특히나 결론보다는 여정을 즐겨보는 클리셰에 있어서 그렇고요. 저희는 이것들을 종종 크고 중요한 게임으로 취급하는 걸 좋아해요. 그저 선수나 팀의 가치에 대한 일반 투표 같은 게 아니라, 그를 통해 이야기와 사람들을 이해해볼 수 있을만한 도관처럼 말예요.

필름메이커: 매체 간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시청자의 편에서 비디오 게임과 유사한 유형의 상호작용을 좀 성취해보려 애쓰는 편인가요? [17776]과 그 친척들을 따로 빼두면, 가장 분명한 예시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슬픈 펀트를 찾아서]에 ‘대체 방송’과 함께 풋볼의 규칙들을 설명하는 환상적인 구간일 텐데요, 보이스 씨가 다른 방식으로 이를 불러내보고자 추구하는지 궁금합니다.

보이스: 전적으로 일방적인 매체에서 상호작용의 느낌을 주입해보려고 궁리하는 게 되게 재밌긴 하죠. 저희는 그걸 무언가에 대해 유리된 방식으로 그냥 얘기한다기보다는 시청자에게 말해보는 식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가끔씩 그건 시청자를 직접적이게 ‘여러분’이라고 호명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른 때에는 저기에 있을지 모를 모든 종류의 시청자를 위해 모든 대사를 그저 공들여서 써보는 것이기도 해요. 저 ‘대체 방송’ 짓은 제가 풋볼 불가지론자들과 부차적으로 함께 가볼 수 있게 해주면서도, 관중 속의 풋볼 팬들에게도 그들의 끈기를 높이 산다는 점을 알려주는 재미난 기믹이었죠.

주요 다큐멘터리들에 알렉스와 제가 그러는 것처럼 계속 또 계속해서 떠드는 나레이터들이 등장하는 게 굉장히 드물잖아요. 대부분의 최고작들에는 심지어 주된 나레이터 자체가 없기도 하고요. 거기서는 그냥 다양한 유명인사들의 설명과, 매체에서 발췌한 조각들과 직접 촬영한 푸티지들이 예술적으로 함께 짜여 들어가죠. 나레이터로서 중앙 무대를 가져가는 인터넷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새로운 흐름에서는, 제 생각엔 접근이나 예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거의 아무것도 없을 때에 어디에 어떻게 의존해야 할지라는 현실들을 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가장 최고의 자산이란 당신의 성격과 목소리뿐이죠. 스스로에 대해 말하자면, 제가 특출하게 외향적인 놈은 아녜요. 일반적으로는 몇 시간 동안 마이크 앞에서 얘기하는 게 제가 자연스레 이끌리는 무언가도 아니고요. 하지만 시작했을 때부터 제가 이걸 발전시켜야 하고 편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달리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즉시 제가 이걸 얼마나 즐겼는지에 놀랐던 겁니다. 그렇게 하니 저희에게 직접적으로 관중들을 호명하는 특출한 능력이 제공되더라고요.

67시즌 동안 중계를 하고 작년에 돌아가신 다저스의 방송인 빈 스컬리(Vin Scully)가, 알렉스와 저 모두에게 영웅이자 영감입니다. 잊을 수 없는 방송계 전설들이 정말로 많아왔지만, 빈은 역대 최고였고, 질문할 여지 같은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만, 최고로 잘한 건 그였으니까요: 스컬리가 경기를 중계하는 걸 들을 때면, 진실로 여러분 자신에게 얘기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에게는 공동 진행자 없이 오로지 혼자서 경기를 중계하는 초인간적인 능력이 있었고, 말 그대로 절대 또 절대로 실수를 하지도 않았지요. 심지어 여든 번째 생일이 지난 이후에도, 그는 경기 중계와 분석 양쪽에서 그저 날카로울 뿐이었고, 절대로 미끄러지지도 않았다고요. 그렇지만 여러분을 위해 즐겁게 해주고 쇼를 올려보는 기회들도 가져갔지요. 야구에서 종종 그러듯 활동이 잦아들게 되면, 이걸 갖다 한 달 전이나 40년 전에 일어났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로 삼곤 했잖아요. 가끔씩은 짧은 일인극과 거의 닮은 구절들을 쌓아올리기까지 했고요. 그가 이런 일들을 했을 때에는, 자신이 그저 중계를 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니라, 여러분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주고 있던 거죠. 그는 여러분이 즐겁기를 바랐어요. 그렇다고 저희가 빈 스컬리라는 건 아니고 절대 그렇게 되지도 못하겠지만, 다른 쪽 끄트머리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저희에겐 북극성과 같습니다.

필름메이커: 스컬리가 구절들을 쌓아올리는 감각을 어떻게 자신만의 작업에 불러내볼 수가 있었나요? 저에게는 보이스 씨의 구절들이 영상의 주된 요점에 더욱 내장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말하자면, ([반바지]에서 - 옮긴이) 좁(Gana Diop)이 자유투를 던지는 동안에 조던의 용감무쌍한 자유투들을 짜넣는 한편, 이걸 자그마한 변속기로도 사용하는 게 굉장히 잘 통합된 거 같아서요. 

보이스: 가나 좁 자유투 구간은 만드는 데에만 십 년이 걸린 셈이겠네요. 그게 일어났던 2012년에 저는 <SB 네이션>의 객원 작가였는데, 허공에 내던져진 자유투의 개념 자체를 연구해보도록 영감을 주었습니다. 알려진 모든 예시들을 파내보려 했고, 제각각 얼마나 끔찍하게 놓쳤는지를 측정해보려고 테이프들을 연구하기도 했어요. 제 결론은 좁의 에어볼이 제가 찾아낼 수 있을 다른 어떤 자유투보다도 훨씬 더 끔찍했다는 겁니다. 제가 몇 년 또 몇 년 동안 뒷주머니에 놔둔 백만 가지 이야기들 중에 그게 하나인 거죠. 몇 년 전에 저희 팀의 채팅방에 해당 장면이 찍힌 영상을 올려보았거든요. 알고 보니, 코피와 알렉스와 세스 모두가 여기에 대해 다 뭔가 할 말이 있더라고요. 그냥 여기에 웃어대는 걸 멈출 수가 없었어요. 바로 그 순간에 제가 저희 모두 이 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된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팀이 구리다’를 너머 그 순간에 일종의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해보려 하는 게 훨씬 더 재미났어요. 알고 보니까 최적의 기회더라고요. 마이클 조던이 영구적으로 역-은퇴를 해야겠다는 본능을 쫓아 보냈다는 걸 알고 있었지요, 그리고 이건 의심의 여지없이 그가 객관적으로 더 잘해낼 수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요. 외출복을 입은 채 곧장 플로어로 걸어가서 그 자유투를 성공했을 거라니까요. 제가 지어올린 한 무더기의 헛소리에서 딱 하나의 객관적인 진실이 그겁니다. 제가 했던 다른 모든 것들 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그 구간이고요. 베르나르 파메지아니(Bernard Parmegiani)의 호러 음악이 거기서 먹혀들어가는 건 저 자신이나 심지어는 시청자의 자그마한 부분까지도, 그게 뭔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겠죠. 마이크가 코트로 돌아간다는 게 끔찍한 아이디어라는 걸 여러분도 알고 있긴 하지만, 여러분이 스스로를 설득하려 들고 있다는 걸 깨달을 테고, 마이크가 그 에어 볼을 보았을 때에도 어디에 있었던 간에 아마도 그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요.